Men of Limits (2019)
한계의 사람

Double Channel Video, HD, Stereo Sound, 15'17
Aporia Trilogy Part I 

한계의 사람(2019)은 운문으로 구성된 텍스트와 나레이션을 작가가 수집한 공공의 이미지들과 결합시켜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는 비디오 작업이다. 작가는 반복되는 짧은 단어들과 거기에서 파생된 단어들을 무작위로 연결하여 장문의 운율이있는 글귀를 만들고 이에 맞춰 선별된 시각 이미지를 결합시켜 하나의 비디오로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한사람의 연상 작용이 타인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거부되는지, 지극히 주관적으로 보이는 단어와 시각에 대한 해석들이 타인에게 어떻게 받아 들여지는지 실험한다. 또한, 이러한 영상이 새로운 경험 데이터가 되어 보는이의 기억과 연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즉, 비디오는 “한번 학습된 단어(혹은 문장)와 이미지의 연결고리는 어떻게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이후 다른 해석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가는 문자와 시각언어의 공공적 합의로서의 역할과 철저하게 주관적인 무형의 사유물로서의 특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결국, 그 양면성에 관한 담론을 이끌어 내고자한다.

이 이상(李箱)의 시 의 13인의 아해를 기본적인 캐릭터로 설정한다는 점은 몇몇 구절에서 드러난다. 이상의 오감도는 발표 당시 난해시로 일대 물의를 일으켜 독자의 비난을 받고 중단될 만큼 종래의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깨뜨린 작품이다. 총 15편의 연작으로 이뤄진 오감도는 자의식 과잉에 의한 현실의 해체를 기본 내용으로 한다. 정수는 속 사람들이 서로를 두려워하는 절망적인 상황, 13인의 아해라는 불분명한 캐릭터, 막다른 골목길이라는 설정을 확장하여 새로운 세계관을 건축하고자 한다. 특별한 묘사가 없던 13인의 아이는 비디오 속에서 여전히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요소를 담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때로 자신감에 넘치고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안정하며 여전히 파악하기 힘들다. 작가는 이상의 시가 구현하는 막다른 골목길을 질주하는 캐릭터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평범하면서도 생경한 비구상의 풍경을 그린다.

특히 본래의 시 가 사용하는‘반전에 의한 부정否定’은 비디오 에도 종종 등장한다. 작가는 모순을 아무렇지 않게 비디오 나레이션 속에 배열하는데, 떨어진 문장들을 면밀히 보면 서로를 부정하며 이러한 모순 상태는 글 속에 은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는 언어가 단순히 논리적인 체계를 따르는 것이 아닌 그 체계를 붕괴시키고도 여전히 글 속 세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이러한 비논리적인 글 속 세계가 결코 현실과 배치되지도 않는다는 점을 비디오를 통해서 드러낸다. 이는 작가가 꾸준하게 언급한 ‘실패하는 언어의 미학적인 가치’와 연결된다. 나아가 비형상을 형성하고 부재를 소환하는 말의 독특한 성질에 관한 사유로 이어진다.

*참고
비디오 의 텍스트는 순수 창작글이며 아래 4개의 구절은 장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What is Literature]에 등장하는 문장 속 일부 표현을 인용하였다.
The Dim Little Meaning / 어렴풋한 작은 의미
A Light Joy / 가벼운 기쁨
A Timid Sadness / 수줍은 슬픔
A Heat Mist / 아지랑이

*원문 (출처/ 줄 13-18, 페이지 12, 문학이란 무엇인가, 장폴 사르트르, 한국어 판, 정면환 옮김, 민음사)
....., there is no quality go sensation so bare that it is not penetrated with signification. But the dim little meaning which dwells within it, a light joy, a timid sadness, remains immanent or trembles about it like a heat mist; it is color or sound.
....., 의미가 전혀 배어있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순수한 성질이나 감각이란 없다. 그러나 어떤 성질이나 감각에 깃들여있는 어렴풋한 작은 의미, 가령 가벼운 기쁨이나 수줍은 슬픔 따위는 그것에 내재해 있거나 또는 그 주위에서 마치 아지랑이 처럼 바르르 떨고 있는 것이다.




Channel I

Channel II

Still C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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